Siwon Kim1, Jion Kim2
1Master’s Program Student, Department of Forensic Science, Hallym University, Republic of Korea
2Professor, Department of Forensic Science, Hallym University, Republic of Korea
Correspondence to Jion Kim, jion4ever@gmail.com
Volume 1, Number 1, Pages 157-175, December 2024.
Journal of Data Forensics Research 2024;1(1):157-175. https://doi.org/10.12972/JDFR.2024.1.1.10
Received on November 27, 2024, Revised on December 31, 2024, Accepted on December 31, 2024, Published on December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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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study explores legal and social responses to the issue of intimate partner violence by comparing key terms from court rulings, legislation, and news reports using network analysis. In court rulings, keywords like “obsession” reflect the evidentiary basis for legal judgment, while news reports tend to emphasize sensational terms, such as “psychopath,” to capture public attention. Legislation focuses on keywords like “prevention,” prioritizing the protection of victims and strengthening punitive measures against offenders. Based on these findings, this study suggests legislative insights to bridge the gap between legal protections and public perceptions of intimate partner violence.
Data Forensics, Social Network Analysis, Intimate Partner Violence
일반적으로 데이트폭력으로 일컬어지는 교제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은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그 심각성과 빈도가 점차 증가하며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연인 간의 폭력이라는 특성상 일반적인 폭력에 비해 사소하게 여겨지거나, 친밀한 관계로 인해 피해자가 겪는 고충과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교제폭력에 대한 법적 대응과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피해자 보호와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19대 국회 이후 여러 차례 데이트폭력 규제를 위한 입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됨을 반복할 뿐 여전히 별도의 독립된 법률이 제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각 법안은 데이트폭력 범죄의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체계와 구성 면에서 차이를 드러내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을 포함한 기존 법안의 틀 내에서 데이트폭력을 규율해야 할지, 아니면 별도의 독립된 특별법으로 제정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만 있는 실정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교제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제폭력 판결문, 법률안, 그리고 언론 보도에 나타난 주요 키워드와 관련된 네트워크를 분석하여 국민들의 사회적 인식과 법적 대응의 한계를 탐구하고자 한다. 교제폭력 판결문에서 반복적으로 또는 중요하게 등장하는 키워드간 연결망을 분석하여 교제폭력의 특성과 법적 대응을 이해하고, 특정 사건에 대한 해석과 판단의 경향을 파악하였다. 더불어 교제폭력 처벌과 관련된 법률안의 키워드, 언론 보도에 나타난 키워드 연결망까지 비교함으로써 법적 대응방향이나 기조가 국민들의 요구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평가하고, 교제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적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연결망 분석은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을 네트워크 형태로 시각화하고 분석함으로써 개인 간의 영향력, 구조적 위치, 그리고 관계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다. 본 연구에서는 텍스트 임베딩 모델을 활용하여 교제폭력 판결문과 법률안의 주요 키워드를 벡터화하고, 이들 사이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교제폭력의 주요 원인 및 확산 경로를 파악하고, 법률안과 판결문 간의 주요 키워드 차이를 분석하여 국민들의 법적 및 사회적 인식을 비교하며, 현행 법률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모색하였다. 특히, 워드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시각화를 통해 판결문에서 빈도수가 높은 키워드와 이들 간의 연관성을 시각적으로 나타내어, 교제폭력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과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교제폭력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도모하고, 나아가 보다 효과적인 예방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교제폭력 관련 법안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탐색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고 교제폭력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정책적 개선 방안을 개괄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폭력’이란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수단이나 힘을 사용하여 남을 강제로 제압하는 행위라는 개념을 가진다[1]. 이러한 폭력 행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는 타인의 신체에 물리적인 수단을 써 상해를 입히는 신체적 폭력, 협박이나 욕설을 통해 정신적인 압박과 고통을 주는 언어폭력, 그리고 성(性)적인 행위로 남에게 육체적·정신적 손상을 주는 성폭력이 존재한다.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형태의 폭력인 ‘교제폭력’은 앞서 언급된 폭력의 대표적인 형태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교제폭력의 정의가 존재하지 않아 연구자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개념 정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외에서는 Thompson의 연구가 선구적으로 꼽히고 있는데 여기서는 파트너에게 신체적, 언어적 학대 행동 및 위협하는 행동을 교제폭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2]. 국내에서는 이영숙의 연구에서 교제폭력은 교제 관계에 있는 동안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할 의도를 가지고 행한 신체적, 언어적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3]. 두 연구 모두 국내와 국외에서 교제폭력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파트너’의 개념을 어디까지 해석할 것인지, 교제 중일 경우만 포함할 것인지 아니면 교제 관계에 있었던 상대방도 포함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아 이와 같은 정의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2016년에 진행된 서경현 외 4인의 연구에서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넘어서 성폭력까지 교제폭력의 범주에 추가하였다. 가장 최근인 2024년 김미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제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례법안에서는 교제폭력을 “교제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의도를 가지고 하는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앞선 연구와 법률안에서의 정의를 모두 종합하여 교제폭력을 데이트나 연애 관계를 포함한 친밀한 교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행위를 포괄하는 일체의 유무형의 폭력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주된 예로는 폭언과 욕설, 감시와 통제, 그리고 성적 협박 등이 있으며, 더 나아가 강제추행, 강간, 감금, 납치 등 심각한 범죄 행위까지 교제폭력에 해당된다[4]. 여기서 데이트 관계란, 데이트나 연애를 목적으로 만났거나 현재 만나고 있는 관계 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호감을 가지고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관계를 말한다. ‘데이트’라는 단어는 두 사람이 만나는 낭만적인 행위를 상징하고 있어 자칫 폭력의 심각성을 축소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데이트폭력’ 대신 ‘교제폭력’이라는 용어를 대체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도 2022년부터 공식적으로 교제폭력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도 ‘데이트 폭력’이라는 용어가 아닌 ‘교제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5].
교제폭력의 사례로는 비교적 최근인 2024년 3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오전 9시 35분쯤 경기도 화성시 소재 오피스텔에서 27세 남성 김레아는 여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하자 흉기로 목과 가슴, 다리를 난자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했으며, 여자친구의 모친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혔다[6]. 피해자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김레아는 이전에도 여자친구를 수시로 폭행하고, 본인 뜻대로 피해자를 휘두르기 위해 SNS에서 친구들을 차단해 연락을 끊게 했으며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일삼았다[7]. 이 사건으로 김레아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사람들은 치밀하고 잔혹한 범행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제폭력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례가 많고, 연인 사이와 같은 친밀한 관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해자가 폭력을 ‘사랑의 표현’으로 합리화하며 반복하는 행위는 피해자의 무력감을 증대시키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더욱이 교제폭력의 발생 건수는 별도로 집계되지 않고, 교제폭력으로 수사기관에 형사입건된 건수만 파악되고 있는데, 2020년에 10,203건에서 2023년에는 13,939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8].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제폭력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교제폭력에 관한 연구는 198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 전까지는 사회적 인식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Cate, Henton, Koval, Christopher, & Lloyd(1982)의 연구를 통해 교제폭력이 사회 전반에 걸쳐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9]. 이어 Levy(1990)의 연구에서는 교제폭력이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으며[10], 이러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서양에서 관련 연구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처음으로 교제폭력을 다룬 Makepeace(1981)의 연구에서는 이를 “구혼기 폭력(courtship violence)”으로 정의했지만[11], 최근에는 “교제폭력(dating violence)”이라는 용어가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교제폭력에 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으며,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
김한균(2023)은 교제폭력을 범죄화하는 것이 가해자 처벌을 넘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체계 마련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하며, 교제폭력이 기존의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죄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12]. 박상민(2023) 또한 한국에서 교제폭력을 규제하는 별도의 법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마련이 어렵다고 설명하였다[13]. 이에 따라 피해자 보호와 지원, 그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체계적인 논의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임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선행 연구는 교제폭력을 범죄로 명명하고 법적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법적 제도의 미비함을 지적한 점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교제폭력의 특성과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실증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구체적으로 제안하지는 못했다. 즉, 이론적 논의와 입법 필요성 강조에 치중하였을 뿐, 실제 판결문이나 법률안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분석결과에 근거하여 정책적 개선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판결문상에 포함된 주요 키워드에 대한 연결망 분석을 통해 교제폭력의 특성과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기존에 발의된 법률안에서 도출된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법적 대응의 실효성을 평가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의미 있는 통찰을 도출할 수 있는 다양한 분석 기법들이 발전하였다. 그중에서도 연결망 분석은 관계와 구조를 시각화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법적·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발전을 이루었다. 본 연구에서는 교제폭력 판결문에서 도출된 주요 키워드의 연결망 분석을 통해 법적 대응의 특성과 한계를 파악하고, 기존에 발의되었던 교제폭력 관련 법안과 판결문 간의 맥락적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법적·사회적 인식 간에 간극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의미연결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은 텍스트 데이터에서 단어 간의 의미적 관계를 시각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이다[14]. 이는 특정 주제와 관련된 단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고, 단어 간의 관계망을 통해 의미 구조를 이해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의미연결망 분석은 텍스트에서 주요 단어를 추출한 후, 해당 단어들이 서로 연결되거나 함께 등장하는 패턴을 분석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텍스트 내에서 중요한 단어들이 어떻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분석은 의미적 연결과 주요 단어들의 군집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텍스트에서 도출된 주요 키워드와 이와 연관된 단어들을 바탕으로 의미적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텍스트의 핵심 주제를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맥락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교제폭력 문제를 다루는 판결문.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그리고 언론 보도에서 사용되는 키워드를 연결망 분석을 활용하여 분석함으로써, 향후 발의할 교제폭력 관련 법안에 반영해야 할 요소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을 설정하고, 각 질문에 관한 연구 가설을 수립하였다.
연구 질문 1) 교제폭력 판결문, 법률안, 언론 보도분석을 통해 드러나는 교제폭력 범죄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인가?
연구 가설 1) 교제폭력 판결문, 법률안, 언론 보도에서 드러나는 교제폭력 범죄의 고유한 특성은 각 문서 유형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판결문은 교제폭력의 법적 문제와 구체적인 증거판단 요소나 쟁점을 강조할 것이며, 법률안은 이러한 법적 특성을 반영하되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개선 방향을 담고 있을 것이다. 한편 언론 보도는 교제폭력의 자극적이고 감성적 측면과 사회적 이슈로서 중요성을 부각할 것이다.
연구 질문 2) 교제폭력을 다루는 판결문, 언론 보도, 법률안의 주요 키워드는 무엇인가?
연구 가설 2) 교제폭력 관련 판결문에서는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다툼이 되는 쟁점 중심으로 한 키워드가 포함될 것이다. 반면 언론 보도에서는 주목을 받으려는 경향과 국민감정을 대변하는 측면이 존재하므로 자극적이고 감성적이며 주관적이지만 가장 국민의 법감정을 추단할 수 있는 키워드가 사용될 것이다. 법률안에서는 법안의 특성상 판결문과 유사하게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할 것이나, 동시에 국민의 대중적 정서나 경향을 반영한 키워드가 포함될 것이다. 언론 보도와 법률안은 판결문 대비 우리나라 국민의 교제폭력에 대한 인식이나 법감정을 더 잘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 가설 1, 2에 대한 검증결과를 토대로 기존 판결문과 법률안, 언론 보도분석을 통해 교제폭력 관련 현행 법률의 한계점을 파악하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의 측면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입법적 개선방안을 제시해보자 한다.
교제폭력을 다루는 언론 보도, 판결문, 법률안 데이터는 다음과 같이 수집하였다. 언론 보도 데이터의 경우 2024년 1월 1일부터 2024년 5월 31일까지의 뉴스 기사를 다양한 언론사로부터 수집하여 사용하였다. 통합 데이터베이스인 ‘빅카인즈 서비스’를 활용하여 ‘교제 살인’, ‘교제폭력’, ‘데이트폭력’, ‘안전이별’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총 1,238건의 뉴스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언론 보도는 교제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언론의 보도 방식을 이해하는 데 활용하였다.
판결문 데이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수집하였다. 먼저, 교제폭력의 주요 키워드를 선정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이미 분석된 교제폭력 관련 판결문 108건을 활용하였다[15]. 이후 선정된 주요 키워드를 기반으로 엘박스, 케이스노트, 판결서 인터넷 열람 등의 판결문 검색사이트를 통해 교제폭력 1심 판결문 500건을 추가로 수집하여 연결망 분석을 진행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확보한 판결문은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발생한 교제폭력(살인)사건에 대한 것이었고, 추가로 수집한 판결문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의 교제폭력 살인(미수 포함) 1심 판결문이었다. 2022년 이전에는 ‘교제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키워드 검색 시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였다. 또한, 대부분의 교제폭력 사건이 단순 폭행 또는 상해에 그치지 않고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살인 1심 판결문을 대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세부적인 키워드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피고인의 행위가 교제폭력이라는 것을 판결문 내에서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로 명시하고 있는 경우, 해당 단어를 키워드로 선정하였다. 둘째, 피고인과 피해자가 과거 연인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단어일 경우, 해당 단어를 키워드로 선정하였다. 예시로는 ‘동거’, ‘동거 관계’, ‘사실혼’, ‘불륜관계’, ‘내연관계’, ‘연인관계’, ‘교제’ 등이 있다. 셋째, 피고인과 피해자가 현재는 이별하였거나 피해자가 헤어짐을 언급한 단어일 경우, 해당 단어를 키워드로 선정하였다. 예시로는 ‘동거하던’, ‘교제 중이던’, ‘연인이었던’, ‘헤어지자고’, ‘헤어지자고 하였으나’, ‘집착’, ‘만나주지 않는다는’ 등이 있다.
법률안 데이터는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교제폭력과 관련된 21대와 22대의 법안 발의 내용을 수집하였다. 법률안은 법률적 특성과 공공의 요구를 반영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교제폭력과 관련된 법적 대응 방안을 이해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데 활용하였다. 법률안에서 나타나는 주요 키워드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발의될 법안에 반영해야 할 요소를 도출하였다. 세 가지 데이터 전부 연결망 분석을 통해 각 문서 유형별 주요 키워드와 그 관계를 시각화하고, 교제폭력 문제에 대한 법적 및 사회적 대응의 경향을 분석하는 데 활용되었다.
3.3.1. 언어모델(연구 가설 1, 2 검증을 위한 방법론)
주요 키워드 추출 시에는 KeyBERT와 KeyLLM을 결합한 모델을 사용하였다. KeyBERT는 BERT 기반의 모델로, 문맥을 이해하고 텍스트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추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16]. KeyLLM은 대규모 언어모델로, 긴 텍스트를 요약하고 중요한 부분을 식별하는 데 강점을 지닌다. 이러한 두 모델의 결합을 통해 주요한 키워드를 더 정밀하게 추출할 수 있었다. 판결문 원문을 입력 데이터(Input document)로 사용하고,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프롬프트를 구성한 뒤, 이를 KeyLLM 모델에 입력하여 주요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추출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문서 유사성을 평가하기 위해 SentenceTransformer를 사용하여 입력받은 문서를 임베딩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사한 문서들끼리 클러스터링을 진행한다. 각 클러스터에서는 KeyLLM을 사용하여 대표 키워드를 추출하고 해당 클러스터에 속한 모든 문서에 같은 키워드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파손, 방화예비, 살인미수, 위험, 술’과 같은 키워드가 추출되었다면, 이 키워드들은 동일한 클러스터에 속하는 문서 전체에 할당된다. 이러한 방법은 유사한 주제나 내용을 가진 문서들을 효율적으로 검색할 수 있게 하며, 대규모 데이터셋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도출하는 데 기여한다.
이후 각 클러스터에서 추출된 키워드를 기반으로 워드 클라우드를 생성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워드 클라우드는 키워드의 빈도와 중요도를 시각적으로 나타내어 데이터 탐색을 용이하게 하고, 주요 주제나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fastText를 사용하여 단어와 문장의 임베딩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벡터 공간에서 의미적 유사도를 측정하여 연결망 분석을 수행하였다. fastText는 Facebook AI Research(FAIR)에서 개발한 텍스트 분류와 단어 표현 학습을 위한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로 효과적인 의미 표현과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17]. 초기에는 Word2Vec을 사용했으나, OoV(Out of Vocabulary)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astText로 전환하였다.
3.3.2. 사회 연결망 분석(연구 가설 1, 2 검증을 위한 방법론)
사회 연결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이란 사람들이 맺은 관계로 이루어진 연결망의 특성을 통해 사회적 행위를 설명하려는 접근 방식이다[18]. 이 분석 방법은 개인이나 조직을 노드(node)로, 이들 간의 관계를 엣지(edge)로 나타내어 사회적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분석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사회적 관계, 정보의 확산, 집단의 영향력 분석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19]. 사회 연결망 분석은 단순히 네트워크의 시각적 표현을 넘어 데이터의 구조적 특성을 수치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패턴을 발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 분석에서는 조직 내 의사소통 구조를 개선하거나 비효율성을 발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20].
먼저 KeyBERT와 KeyLLM을 결합한 언어모델을 활용하여 분석대상 주요 키워드를 선정‧추출하였고, 해당 키워드들을 워드 클라우드를 사용하여 판결문에서 빈도수가 높은 주요 키워드를 시각화하였다. 각 키워드의 크기는 해당 단어의 빈도수와 중요도를 나타내며, 크기가 큰 단어일수록 더 자주 등장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워드 클라우드를 통해 특정 주제나 사건에 대해 어떤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분석결과, ‘동거’, ‘폭행’, ‘협박’, ‘흉기’ 등의 키워드 등장 빈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교제폭력 사건에서 신체적 및 심리적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 갈등을 넘어서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에 따라 법적 대응 방안을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다음은 판결문에서 추출된 키워드를 유사도에 따라 연결망 분석을 해본 결과, ‘살해시도’라는 허브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컴포넌트(component)가 형성되며 각 키워드들이 군집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살해시도’라는 노드를 중심으로 방사형 구조가 나타났는데, 이는 이 주제나 개념이 네트워크의 핵심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왼쪽에는 ‘살해시도’라는 노드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아래쪽에는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 ‘과도’와 같은 ‘흉기’ 관련 노드들이 군집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핵심 키워드인 살인과 살인미수를 매개하는 주요 키워드를 살펴본 결과 ‘가족학대’, ‘폭행’, ‘공부방’, ‘엘리베이터’라는 키워드가 추출되어 교제폭력이 가정폭력과도 관련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분석결과가 도출되었다.
중앙 노드와 연결되지 않고 고립된 노드들이 존재한다. 특정 노드들끼리만 연결된 이유를 여러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는데 첫째, 다른 키워드와의 유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별도의 작은 클러스터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재물손괴’나 ‘치아보험’과 같은 키워드는 특정 맥락에서만 연관성이 강하고, 다른 범죄 또는 사건과의 유사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둘째, 이러한 키워드가 포함된 사건이나 판결문이 데이터셋 내에서 비교적 낮은 빈도로 나타났기 때문에 다른 키워드와의 연결이 약할 수 있다. 셋째, 특정 유형의 사건이나 상황에 특화된 키워드라 다른 사건과는 연관성이 적어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유사도 연결망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많이 연결된 상위 10개의 키워드를 확인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교제폭력 범죄 수사와 법리적 구성요건을 중심으로 주요 키워드를 추출하였다. 수사의 요소는 육하원칙에 따라 1) 범행 주체, 2) 범행의 동기, 3) 고유한 범행의 특성이나 수법 4) 피해자와의 관계, 5) 범행 장소, 6) 피해 결과로 구성된 키워드로 제한하였다. 그 결과, ‘집착’, ‘동거’, ‘술’, ‘내연관계’, ‘과도’ 등 교제폭력 관련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며 높은 연결 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내연관계’의 경우 수사의 요소 중 피해자와의 관계에 해당하며 교제폭력 사건임을 명확히 알 수 있는 키워드에 해당한다.
매개 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이 높은 엔티티 상위 10개를 추출하였다. 매개 중심성이란 네트워크의 다른 부분 간의 정보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키퍼를 의미한다. ‘동거’의 경우 ‘술’, ‘집착’, ‘살인’, ‘말다툼’ 등의 키워드와 직접 연결이 되고, ‘갈등’, ‘폭행’, 데이트폭력‘, ’협박‘ 등과는 간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이는 ‘동거’라는 키워드가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키워드로 연결되는 중앙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워드 클라우드 분석결과, 언론 보도에서 ‘피해자’, ‘폭력’, ‘범죄’, ‘경찰’, ‘살해’, ‘여성’, ‘혐의’ 등의 주요 키워드의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언뜻 ‘피해자’라는 키워드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교제폭력 사건 보도에서 피해자의 관점이 강조되고 피해 상황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여성’ 키워드의 빈번한 등장은 교제폭력 사건에서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높거나, 여성 피해자가 더욱 강조되어 보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이코패스’, ‘징역’, ‘얼굴’ 등의 키워드는 언론 보도의 자극성을 드러낸다. 특히 ‘사이코패스’와 같은 키워드는 가해자의 폭력성을 두드러지게 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키워드들은 교제폭력 사건을 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적 구조를 강화하고, 사건 그 자체보다는 자극적인 면에 집중하게 만든다.
Python의 networkx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여 의미연결망 그래프를 생성했다. 각 키워드는 노드로, 키워드 간의 동시 출현 횟수는 엣지의 가중치로 시각화했다. 키워드의 동시 출현 관계(co-occurrence)를 분석하면 텍스트 내에서 자주 함께 등장하는 키워드들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키워드 간의 상호 의존성과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다. 각 노드의 크기는 해당 키워드의 동시 출현 횟수를 반영하여 빈도가 높은 키워드는 더 크게 표시되도록 했고, 엣지의 두께는 두 키워드 간의 관계 강도를 나타내며, 자주 함께 등장한 키워드는 더 두껍게 표시된다.
의미연결망 분석결과, 그래프에서 각 노드가 다수의 엣지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밀도가 높은 고밀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네트워크 내에서 정보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키워드 간 연관성과 상호작용이 빈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키워드 간 연관성이 높을수록 노드들이 더 가까이 위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피해자’, ‘여자’, ‘사건’ 의 노드가 가깝게 붙어있는 것은 여성 피해자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스토킹’, ‘혐의’의 노드가 가까이 있는 것은 교제폭력 사건에서 스토킹 혐의가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언론 보도에서는 그 빈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판결문에 등장하지 않는 키워드들이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유족’, ‘스토킹’, ‘신상’, ‘의대’, ‘강남역’, ‘김레아’ 등의 직접적이고 눈에 띄는 키워드를 사용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경향이 엿보인다. 특히 피해 장소나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사건의 자극적인 면을 강조하는 특성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사회적 문제의 해결보다 흥미 위주의 보도를 우선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판결문 데이터는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루고 있어 현 상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비교적 최근의 데이터인 21대와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교제폭력 특별법 법률안을 바탕으로, 국회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고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연결망 분석을 수행하였다. 총 세 개의 법률안 PDF 파일에서 주요 명사 형태의 키워드를 빈도수에 따라 상위 50개를 추출하고, 키워드 간의 동시 출현 관계(co-occurrence)를 기반으로 연결망을 생성하였다.
연결망 분석결과, 판결문과 언론 보도에 비해 핵심 키워드 숫자가 많지 않고 네트워크의 중앙에 핵심적인 몇몇 주요 노드들이 밀도 높게 연결되어 있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법률안의 특성상 소수의 핵심 노드들을 중심으로 연결망이 구성되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의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프에서 ‘조치’와 ‘보호’라는 핵심 키워드가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두 키워드가 네트워크 내 다른 키워드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허브(hub)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법률안이 보호와 조치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해당 내용이 법률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또한, 판결문이나 언론 보도에서는 빈도가 낮거나 잘 언급되지 않는 키워드가 법률안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예를 들어 ‘예방’과 ‘교육’은 주변의 여러 노드와 연결되어 있으며, 허브 노드와의 관계를 통해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키워드들이 법률안에서 주로 등장하는 이유는 사회적 문제를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적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법률안이 예방과 교육을 중요한 해결 방안으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교제폭력 문제를 다룬 판결문, 언론 보도, 그리고 법률안을 연결망 분석을 통해 비교 분석함으로써, 각 데이터 유형별 교제폭력에 대한 법적 및 사회적 대응의 경향과 특징을 파악해보았다. 연구 가설 1은 교제폭력 판결문, 법률안, 언론 보도에서 드러나는 교제폭력 범죄의 고유한 특성이 문서 유형에 따라 상이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실제로 판결문에서는 범죄 행위의 구체적 정황과 법적 판단 기준이 중심적으로 나타난 반면, 법률안에서는 교제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및 예방 조치가 강조되었으며, 언론 보도에서는 사건의 사회적 파급력과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서술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결과는 각 문서의 유형에 따라 교제폭력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목적이 다르고 이로 인해 각 문서유형 별로 고유한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의미하여 연구 가설1은 타당한 것으로 증명되었다. 연구 가설 2는 문서의 유형에 따라 주요 키워드의 성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주장한다. 분석결과, 판결문에서는 법적 판단과 증거를 중심으로 교제폭력의 범죄적 요소와 행위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흉기’, ‘폭행’, ‘우울증’ 등의 키워드가 주로 등장한 반면, 언론 보도에서는 사건에 대한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는 ‘사이코패스’, ‘추락사’, ‘유족’ 등의 키워드가 두드러졌다. 법률안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목표로 하는 ‘조치’, ‘방지’, ‘지원’ 등의 키워드가 주로 나타났다. 이는 문서의 유형에 따라 주요 키워드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가설도 증명되었음을 의미한다.
판결문의 경우, 전체적으로 소수의 허브 노드를 중심으로 방사형 구조를 띠고 있다. 판결문에서는 공소사실을 중심으로 사건에서 다툼이 되는 쟁점들을 중심으로 표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사의 요소에 해당하는 범행동기, 결과, 수단, 목적에 해당하는 주요 키워드들이 허브 노드가 되어 해당 핵심 노드를 중심으로 방사형 구조를 나타내게 된 것이다. 언론 보도는 응집력 있는 고밀도 네트워크 구조를 나타내며 이는 교제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룬 다수의 기사가 유사한 키워드를 사용한 횟수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률안의 경우 척도 없는 네트워크 형태가 나타나는데 이는 법률의 체계가 소수의 핵심 개념 또는 규정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판결문, 언론 보도, 법률안 각각이 교제폭력을 다루는 방식과 그 특징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언어모델과 사회 연결망 분석을 사용하여 주요 키워드를 추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문서 유형마다 어떠한 차이점을 보이는지 사회 연결망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교제폭력 판결문에서는 ‘집착’, ‘동거’, ‘협박’과 같은 키워드가 높은 빈도를 보이며, 교제폭력 사건이 물리적, 심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범죄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교제폭력이 단순한 사적인 갈등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다뤄져야 하며, 법적 제재를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또한 판결문 키워드 연결망의 경우 방사형 구조를 보여주는데 중앙의 특정 노드, 예를 들어 ‘살해시도’ 키워드가 높은 연결 중심성을 가지며 교제폭력 범죄의 중요요소를 나타내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앙집중화된 연결망 구조를 보여주어 교제폭력 범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키워드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법적 대응 방안의 마련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판결문 분석은 교제폭력의 법리적 구성을 명확히 하고 그 심각성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언론 보도에서는 ‘피해자’, ‘여성’, ‘혐의’ 등의 키워드가 빈번히 등장하며, 이는 피해자의 관점과 감성적 측면이 강조되어 보도되고 있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언론보도 주요 키워드 연결망을 시각화한 결과, 응집력 있는 고밀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보도된 내용을 다른 언론사가 인용하거나, 관련 보도가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교제폭력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빠르고 강력하게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언론은 교제폭력 사건을 자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대중의 이목을 끌지만, 이러한 보도 방식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왜곡하거나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언론의 역할은 단순히 관심을 끄는 것을 넘어, 교제폭력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예방에 중점을 둔 보도 방식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법률안 분석결과, ‘보호’, ‘조치’, ‘예방’ 등의 키워드가 두드러져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제재하기 위한 법적 대응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연결망 분석 측면에서도 척도 없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이는 핵심 조항들이 중심에 위치하면서 법률안의 각 요소가 일관성 있게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특히, 교제폭력에 대한 예방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범죄 발생 후 처벌에 집중하기보다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폭력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위 분석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법‧정책적 개선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자극적인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자가 불필요하게 노출되고 2차 피해를 당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건의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도할 수 있도록 언론사의 자정 노력과 한국언론사협회 차원의 보도지침 마련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언론 보도의 경우, 조회수를 위해 낚시성 제목과 구체적인 피해 사실 위주의 작성이 많은데 이러한 피해자 관점의 보도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둘째, 현존하는 법안을 발전시켜 교제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교정, 피해자 보호 및 예방에 관한 보다 폭넓은 법적 규율이 필요하다. 현재 교제폭력을 직접적으로 처벌하고 규율할 수 있는 특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을 배우자, 배우자였던 사람,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같은 가정구성원 간의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혼인하지 않았거나 친족이 아닌 경우에는 해당 법안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또한,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에는 2019년 12월에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가장 가까운데 해당 법안에는 피해자 보호 조항은 있지만, 가해자 처벌에 대한 조항은 없어 실질적인 대응이 어렵다. 한편, 교제폭력의 한 종류인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또한 교제폭력의 일부를 다루지만 비교적 형량이 낮고 교제폭력을 전반적으로 포괄하기에는 법의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다. 또한, 위 판결문 분석결과에 따르면 교제폭력은 가정폭력과도 연관성이 있으며, 스토킹 범죄 역시 그 관련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세 분야를 통합하여 아우를 수 있는 법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각각의 폭력 형태가 가진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교집합에 해당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와 처벌 체계를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현재 교제폭력은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어 가해자의 압박에 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강요받을 위험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2024년 7월에 발의된 교제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례법안(김미애 의원 등 27인)의 경우,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배제하고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되어 교제폭력 피해자의 보호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제폭력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므로 교육부와 경찰청 등 관련 부처가 초중등 및 고등교육과정에 알맞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교제폭력 피해자 상담소 등 자칫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교제폭력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운영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범정부적 접근을 모색한다면 교제폭력 문제에 보다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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